디카페인 커피|카페인만 빼고 맛은 어떻게 남길까?
국내 디카페인 캡슐 15종 실측부터 맛을 남기는 추출 원리, 카페인 100mg·400mg 수면 실험까지. 커피 한 잔 속 과학을 사례로 풀었어요.
2006년, 미국 연구진이 커피 매장에서 디카페인을 사 모았습니다. 질문은 단순했어요. ‘카페인을 뺐다는데, 실제로 얼마나 남아 있을까?’
여러 매장의 시료 10개를 분석하니 16온스당 0~13.9mg이 나왔습니다. 같은 매장의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6개도 샷당 3.0~15.8mg으로 달랐어요. 다만 오래된 미국 표본이라 오늘 한국 매장의 함량표로 쓸 수는 없습니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건 ‘디카페인’이 똑같은 숫자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McCusker 등, 2006
그런데 더 흥미로운 질문이 남습니다. 원두 속 카페인을 꺼내면서, 커피 맛은 어떻게 남기는 걸까요?
국내 시험에서는 얼마였을까?
국내 자료도 있습니다. 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가 디카페인 캡슐커피 15종을 시험했고, 2025년 3월 결과가 공개됐어요.
캡슐 1개당 카페인은 1.35~4.65mg. 각 제품에 표시된 방법대로 추출한 결과입니다. 안전성과 표시 사항도 시험 대상 모두 관련 기준에 적합했어요. 국내 15종 시험 결과
이 숫자는 ‘디카페인에도 카페인이 있다’는 말보다 구체적이죠.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얼마가 남는지까지 봐야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단, 캡슐 하나와 카페의 큰 아메리카노 한 잔은 같은 단위가 아니에요. 이 결과를 모든 매장 음료에 적용하거나, 앞의 미국 연구와 브랜드 순위처럼 비교하면 안 됩니다. 시험 시기·원두·추출 조건이 모두 다르니까요.
맛이 든 물로 씻는다고?
물을 쓰는 디카페인 공정은 얼핏 이상하게 들려요. 원두를 물에 담그면 카페인뿐 아니라 맛을 만드는 성분도 빠져나갈 텐데요.
Swiss Water가 설명하는 해법은 커피 성분이 이미 들어 있고, 카페인은 거의 없는 추출액입니다. 이름은 생두 추출액, GCE예요.
핵심은 농도 차이입니다. 카페인이 많은 생두와 카페인이 적은 추출액을 만나게 해요. 그러면 카페인이 원두 밖으로 이동합니다. 이 이동을 ‘확산’이라고 불러요.
반면 다른 커피 성분은 추출액에도 들어 있습니다. 맹물에 담글 때보다 이 성분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려는 설계죠. 카페인을 받아낸 추출액은 탄소 필터를 거쳐 다시 사용합니다. Swiss Water 공식 공정 설명
비유하면, 커피의 모든 것을 씻어내는 목욕보다 카페인이 밖으로 나가도록 조건을 맞춘 이사에 가까워요.
물론 이건 여러 방식 중 하나입니다. 압력을 높인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공정도 있어요. 미국화학회는 물·생두 추출액 방식과 초임계 이산화탄소 방식을 소개합니다. ACS 공정 설명
제조사의 공정 설명을 ‘맛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독립적인 증명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원리를 이해하는 자료와 맛의 우열을 입증하는 자료는 다르니까요.
카페인을 빼도 왜 쓸까?
‘카페인이 쓰다’는 말 때문에, 디카페인은 덜 써야 할 것 같죠. 하지만 커피 맛은 카페인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2006년 발표된 연구는 일반 원두와 물로 디카페인 처리한 원두의 클로로겐산 및 락톤 성분을 비교했어요. 로스팅한 커피에서 클로로겐산 함량은 디카페인 쪽이 3~9%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성분 차이가 향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했어요. Farah 등, 성분 비교 연구
여기서 ‘디카페인이 맛없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성분 분석이 모든 사람의 취향을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카페인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다른 맛 성분이 남고, 구성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보입니다.
그래서 쓴맛의 세기를 카페인 측정기처럼 쓰기는 어렵습니다. 진하고 쓰게 느껴진다고 카페인이 더 많다고 판단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수면 연구는 무엇을 봤을까?
‘커피는 몇 시부터 마시면 안 되나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시계만 볼 수는 없어요. 연구에서 얼마를 먹였는지도 봐야 합니다.
2025년 학술지 Sleep에 실린 연구는 남성 23명을 대상으로 했어요. 같은 참가자들이 위약과 카페인 조건을 바꿔 경험하는 이중맹검 무작위 교차시험이었습니다.
카페인 100mg 또는 400mg을 취침 12·8·4시간 전에 한 번 섭취하게 했습니다. 100mg 조건에서는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면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어요. 반면 400mg 조건에서는 취침 12시간 전 섭취에서도 일부 수면 지표에 영향이 나타났습니다. Gardiner 등, 2025 무작위시험
이 결과를 ‘디카페인도 12시간 전부터 금지’로 옮기면 잘못된 해석이에요. 디카페인 한 잔을 시험한 연구가 아니고, 용량도 다릅니다.
반대로 ‘100mg은 누구에게나 안전한 수면 용량’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소규모 남성 표본에서 차이를 검출하지 못한 결과이므로, 모든 연령과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어요.
다음 한 잔은 이렇게
결국 디카페인은 ‘커피의 느낌은 즐기되 카페인 섭취는 줄이고 싶다’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0과 100으로 나누는 스위치보다는 양을 낮추는 조절 장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 양이 궁금하면: 잔 크기·샷 수가 맞는 공식 함량을 확인해요.
- 맛이 궁금하면: 디카페인 여부와 함께 원두·로스팅 정보를 살펴봐요.
- 잠이 걱정되면: 마신 시간과 양을 함께 기록해요. 개인의 반응을 단정하는 검사는 아닙니다.
카페인에 특히 민감하거나 섭취 제한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FDA 역시 개인의 민감도·건강 상태·복용 약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FDA 소비자 안내
다음에 디카페인을 주문하면, 원두가 지나온 공정을 떠올려보세요. 컵에 든 건 ‘무언가 빠진 커피’이면서, 나머지를 남기려고 꽤 정교한 과정을 거친 커피이기도 합니다.
자료 확인·보강: 2026년 10월 1일. 위 수치는 각 연구·시험 당시의 결과이며, 현재 판매 제품의 함량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수면 연구는 공개 초록을 확인했으며 전문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제조사 자료는 공정 설명에 한해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커피콩을 만드는 팀에서 작성했습니다. 카페에 다녀온 기록을 남기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커피콩 기능 소개도 함께 읽어보세요.